1790년 시작 230년 양조의 역사를 이어오다...

이이데산의 물과 지역의 쌀로 빚는 일본 사케

기타카타 야마토가와 양조장 입구 전경
이이데산의 물과 지역쌀로 빚는 일본 전통사케

옛 양조장 견학부터 시음까지

후쿠시마의 농업과 생활문화를 만나는 여행 

230년 역사의 야마토가와 양조장 외관
야마토가와 양조장(大和川酒造店) 입구 전경

여행지의 맛에는 그 땅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물이 흐르는 산과 쌀이 자라는 논, 계절을 견디며 살아온 사람들의 손길이 한데 어우러져 지역 고유의 풍미를 만든다.

일본 후쿠시마현 기타카타시에 자리한 야마토가와 양조장(大和川酒造店)은 그러한 관계를 살펴볼 수 있는 곳이다.

1790년 문을 연 이곳은 230여 년 동안 이어온 양조의 역사와 지역의 자연환경을 술 한 잔에 담아내고 있다.

여행객에게 열린 옛 양조 공간에서는 오래된 건축물과 술을 만들던 도구를 둘러보고, 시음을 통해 제품마다 다른 개성을 알아갈 수 있다. 양조장 방문은 지역의 산업과 생활문화를 이해하는 여행으로 이어진다.

 

1790년의 시작, 오래된 술 창고에 남은 시간

전통 사케를 빚는 후쿠시마 기타카타 양조장

야마토가와의 출발은 에도시대인 179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공식 연혁에 따르면 초대 사토 야우에몬이 양조 면허를 받아 청주의 제조와 판매를 시작했다. 이후 시대의 변화에 맞춰 시설을 확충하며 양조의 역사를 이어왔다.

오늘날 여행객이 방문하는 옛 양조 공간과 실제 술을 생산하는 양조 시설은 구분된다.

1990년 새로운 양조장인 ‘이이데구라(飯豊蔵)’가 완성됐고, 옛 작업 공간은 양조 문화를 소개하는 견학 공간으로 활용됐다. 술을 빚던 장소가 여행객에게 지역의 역사를 전하는 장소로 역할을 넓힌 것이다.

야마토가와 양조장 내부의 전통 목조 건축물
예전에 사케를 만들어 담았던 술병들 모양

이러한 변화는 오래된 건물을 보존하는 방식에도 의미를 더한다. 과거의 시설을 남겨두면서 그 안에 전시와 문화 활동을 담아 사람들이 계속 찾아오도록 했다. 방문객은 건물의 외관뿐 아니라 내부 공간과 도구를 함께 보며 양조장의 시간을 읽을 수 있다.

 

에도구라에서 쇼와구라까지, 건축으로 만나는 양조 문화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옛 양조 시설 견학
예전에 술병에 문양과 글자를 찍던 도구들..통과 술을 짜던 도구와 병들도 전시돼 있다.

견학 공간에서 눈여겨볼 곳은 에도구라, 다이쇼구라, 쇼와구라다.

각 공간은 술을 만들고 보관하던 양조장의 모습을 서로 다른 방식으로 보여준다.

가장 오래된 흙벽 창고인 에도구라에는 과거 양조에 사용했던 통과 술을 짜는 도구, 병 등이 전시돼 있다. 천장을 가로지르는 긴 들보에서는 눈이 많이 내리는 아이즈·기타카타 지역의 기후에 대응한 건축 구조를 살펴볼 수 있다.

다이쇼구라는 술을 저장하던 공간이다. 외부 온도의 영향을 줄이는 창고의 구조는 술의 보관 환경과도 맞닿아 있다. 이곳에서는 제품 전시와 함께 양조장의 건축이 생산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생각해볼 수 있다.

전통 방식으로 사케를 만들던 양조 도구 전시

술을 빚던 공간에서 이제는 음악과 이야기가 흐른다. 오래된 양조장이 지역의 문화 공간으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산에서 내려온 물, 논에서 시작되는 술

야마토가와의 양조를 이해하는 핵심은 물과 쌀이다. 양조장은 이이데산의 복류수를 양조용수로 사용한다. 복류수는 지표 아래의 지층을 따라 흐르는 물을 말한다. 산과 물의 관계가 지역의 양조 문화로 연결되는 셈이다.

이이데산 맑은 물과 쌀로 빚은 전통 사케
직접 재배한 쌀 유메노카오리를 시식할 수 있는 기회도 주어졌다.

쌀에 대한 접근도 관심을 끈다. 야마토가와는 2007년 설립한 농업법인 ‘야마토가와 팜’을 통해 직접 재배한 쌀을 사용하는 양조를 실천하고 있다. 주요 양조용 쌀로는 ‘유메노카오리’와 ‘야마다니시키’를 소개한다.

재배와 수확에서 건조, 도정까지 원료를 다루는 과정에 직접 관여하고, 쌀겨와 술지게미 등 양조 부산물을 활용하는 순환형 비료 만들기에도 힘을 기울인다. 술의 품질을 논의 토양과 농사에서부터 생각하는 방식이다.

전통을 이어가는 과정에는 현대적인 설비도 함께한다. 이이데구라에서는 발효 온도와 저장 환경을 관리하는 설비를 활용한다. 오랜 경험에 세밀한 관리 기술을 더해 원하는 품질을 구현하려는 노력이다. 

견학의 마지막은 시음, 향과 맛으로 이해하는 양조장

야마토가와 양조장의 다양한 사케 제품 라인업
공장 견학을 마치고 나면 이곳에서 생산된 다양한 종류의 사케를 무료로 시음해 보고 취향에 맞는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

전시를 통해 양조의 과정을 살펴봤다면 시음 공간에서는 그 결과를 만나게 된다. 야마토가와는 대표적인 ‘야우에몬(弥右衛門)’ 계열의 술을 비롯해 여러 제품을 소개하고 있으며, 시음과 판매 공간을 함께 운영한다.

방문객을 위한 양조장 전통 사케 시음 공간
이 양조장에서 생산하는 사케 중 가장 고급류의 사케....고가이다 보니 시음 한잔도 500엔을 받는다. 야마토가와 양조장의 준마이 다이긴조 ‘시호시리(四方四里)’. 기타카타의 쌀과 이이데산계의 복류수로 빚으며, 정미율 45%의 섬세한 양조를 통해 과일을 연상시키는 향과 산뜻하면서도 풍성한 맛을 담아낸다.

방문객은 제품별 설명을 들으며 향과 맛의 차이에 주목할 수 있다. 어떤 쌀을 사용했는지, 쌀을 얼마나 깎아냈는지, 어떤 방식으로 빚었는지를 알아보면 병에 적힌 이름과 표시도 조금 더 친숙해진다. 마음에 드는 제품을 고르는 과정이 양조 문화를 배우는 시간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시음 공간의 커다란 목재 카운터에도 과거의 흔적이 남아 있다. 술을 만들던 물건이 이제는 술을 소개하는 자리에서 쓰이고 있다.

 

지역의 농업과 이어지는 한 잔의 가치

야마토가와를 둘러보는 여행은 술의 원료가 자라는 농촌으로도 시선을 넓혀준다. 일본 농림수산성의 소개 자료에 따르면 양조장은 우와제키 계단식 논에서 생산한 쌀로 만든 술을 판매하고, 그 수익을 주변 수로의 보전 활동에 활용해 왔다.

물이 논으로 흐르고, 논에서 자란 쌀이 술이 되며, 그 술의 판매가 다시 물길을 지키는 데 보탬이 되는 관계다. 지역의 맛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생산 기술뿐 아니라 농업과 자연환경도 함께 유지돼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