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홍어 해체부터 시식까지…보는 재미에 ‘맛의 경험’ 더해

“홍어는 음식 넘어 섬의 역사와 삶을 담은 문화”

목포 미식관광과 K-관광섬 흑산도를 잇는 체험상품으로 주목

조아홍 정태연 대표의 흑산도 홍어 해체쇼 시연
정태연 조아홍 대표가 '국내 최초로 선보이고 있는 흑산도 홍어 해체쇼'를 마치고 홍어의 9가지 부위를 설명하고 있다.

홍어 한 마리가 식탁 위에 오른다. 능숙한 칼끝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관광객들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모인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홍어 한 접시가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이 눈앞에서 하나씩 펼쳐진다.

목포에서 홍어 전문점 ‘조아홍’을 운영하는 정태연 대표가 선보이는 ‘흑산도 홍어 해체쇼’다.

단순히 홍어를 손질해 판매하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홍어를 ‘보고, 배우고, 맛보는 관광콘텐츠’로 바꿔놓았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정 대표는 흑산도 출신으로 신안군 홍어 썰기 학교를 졸업하고 관련 기술 자격을 취득했다. 2025년 국제 청년 섬 워크캠프에서는 조아홍 측과 함께 외국인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흑산도 홍어 해체쇼를 진행하기도 했다. 당시 7개국 참가자들이 삭힌 홍어와 다른 신선한 생홍어를 직접 맛보며 흑산도의 식문화를 체험했다.


홍어 한 마리가 ‘공연’이 되다

홍어 해체쇼의 매력은 평소 소비자가 보기 어려운 홍어 손질 과정을 바로 눈앞에서 볼 수 있다는 데 있다.

정 대표의 칼끝을 따라 홍어가 부위별로 손질되고, 관람객은 각 부위의 특징과 먹는 방법, 홍어를 둘러싼 이야기를 함께 접하게 된다.

그동안 홍어는 강한 향을 가진 ‘삭힌 음식’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하지만 조아홍은 삭히지 않은 생홍어를 함께 소개하면서 홍어에 익숙하지 않은 관광객도 비교적 쉽게 접근하도록 했다. 최근 소개된 조아홍 관련 콘텐츠에서도 생홍어의 신선함과 쫄깃한 식감, 홍어를 다양하게 경험하도록 하는 방식이 강조됐다.

즉, ‘홍어를 먹을 수 있느냐 없느냐’에서 출발하는 관광이 아니다.

홍어가 어떤 생선인지 보고, 어떻게 손질하는지 배우고, 직접 맛보면서 흑산도의 음식문화를 이해하는 체험관광이다.

정태연의 칼끝에서 만나는 ‘흑산도’

정태연 대표의 해체쇼가 관심을 끄는 또 다른 이유는 홍어에 이야기와 퍼포먼스를 입혔다는 점이다.

2025년 흑산도에서 열린 제1회 흑산 섬 영화제에서도 정 대표가 직접 홍어 해체쇼를 선보였다. 현지 보도에서는 신안군 홍어썰기학교를 졸업한 정 대표의 시연이 관람객들에게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했다고 전했다.

홍어가 한 접시의 음식에서 관광객 앞에서 펼쳐지는 공연으로 변하는 순간이다.

이 같은 방식은 최근 관광시장의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관광객은 유명 음식을 단순히 사 먹는 것에서 벗어나 그 지역에서만 가능한 경험과 이야기를 소비한다.

그런 의미에서 홍어 해체쇼는 흑산도와 목포가 가진 음식문화 자체를 관광상품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외국인도 생홍어 맛보고 ‘흑산 식문화’ 체험

특히 홍어 해체쇼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K-푸드 체험콘텐츠로서 가능성을 보여줬다.

2025년 7월 도초도에서 열린 제6회 국제 청년 섬 워크캠프에서는 7개국 20명의 외국인 참가자에게 흑산도 홍어 해체쇼가 소개됐다. 행사는 ‘K-관광섬 흑산도 사업’의 프로그램으로 진행됐다.

흑산 홍어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발간한 ‘K-로컬 미식여행 33선’에도 포함됐다.

이는 흑산 홍어를 단순한 지역 특산물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로컬 미식관광 콘텐츠로 확장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목포 원도심에서 만나는 ‘홍마카세’

능숙한 칼질로 손질되는 신선한 흑산도 생홍어

조아홍은 목포시 번화로 일대에서 홍어요리를 선보이고 있다. 현재 공개된 매장 정보에는 홍어 해체쇼와 맛보기, 흑산도 홍어 포장뿐 아니라 ‘홍마카세’도 소개돼 있다.

‘홍마카세’는 홍어를 보다 다양한 방식으로 접하도록 하는 시도다.

흑산도 홍어 9가지 부위를 설명하는 정태연 대표
4~5가지 요리로 나오는 홍마카세 첫번째 무화과와 야채와 곁들인 홍어 회무침...

홍어를 좋아하는 마니아에게는 새로운 맛의 경험을 제공하고, 홍어를 처음 접하는 관광객에게는 진입장벽을 낮추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정갈하게 썰어 담아낸 흑산도 홍어 한 접시
해체쇼를 한 흑산도 홍어회를 부위별로 맛 볼 수 있도록 두번째 요리로 나온다. 흑산도 홍어만이 가진 회 끝부위가 선홍색을 띈다.

실제로 KBS는 2025년 방영된 목포 편 관련 방송정보에서 조아홍의 ‘홍어 해체쇼’를 목포의 방문 장소 가운데 하나로 소개했다.

관광객을 위한 흑산도 홍어 시식 및 미식 체험
홍어회 생고기무침 요리

‘홍어의 고장’에서 ‘홍어를 체험하는 도시’로

정태연 대표의 흑산도 홍어 해체쇼가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지역음식도 관광객이 참여할 수 있는 콘텐츠로 재구성하면 체류시간을 늘리는 관광자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목포 조아홍 매장에서 열린 홍어 해체쇼 관광콘텐츠
목포의 맛으로 승부를 걸고 있는 정태연대표

목포의 근대역사문화공간을 둘러보고 원도심에서 홍어 해체쇼를 관람한다. 생홍어를 맛보고 목포의 다른 미식까지 경험한 뒤 해상케이블카와 야간관광으로 일정을 이어가는 식의 상품 구성이 가능하다.

특히 목포가 추진하는 체류형 관광 전략과 결합한다면 ‘목포의 맛’을 여행의 목적 자체로 만드는 미식관광 상품으로 발전시킬 여지가 있다.

외국인 참가자 대상 흑산도 홍어 해체 및 시식 체험
국내최초의 홍어해체쇼를 진행하는 조아홍 입구(조아홍은 조아홍어의 약자다)

흑산도 역시 마찬가지다. 섬 여행과 홍어잡이 문화, 어민들의 삶, 홍어 해체와 시식 등을 하나의 스토리로 엮으면 다른 지역에서는 쉽게 복제하기 어려운 관광콘텐츠가 된다.

홍어 한 점을 파는 것을 넘어, 홍어 한 마리에 담긴 흑산도의 이야기를 판다.

정태연 대표의 칼끝에서 펼쳐지는 ‘흑산도 홍어 해체쇼’가 주목받는 이유다.

한국관광신문 기획특집 / 목포·흑산도 미식관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