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한 외국인 관광객 2천만 명 시대가 눈앞에 다가오면서 한국 관광산업도 새로운 경쟁의 문턱에 서 있다.
관광객 숫자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얼마나 오래 머물고, 얼마나 다양한 경험을 하며, 얼마나 많은 소비를 만들어 내느냐가 관광 경쟁력을 결정한다.
그런 점에서 호텔과 공연장, MICE, 쇼핑·엔터테인먼트와 카지노를 한 공간에 결합한 복합리조트는 단순한 숙박시설을 넘어 관광객의 시간과 소비를 붙잡아 두는 하나의 ‘관광도시’에 가깝다.

그런데 최근 정부가 카지노 제도의 큰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카지노 사업자의 관광진흥개발기금 부담률 상한을 현행 총매출액의 10%에서 15%로 높이는 방안 등이 논의되고 있다.
30여 년간 유지된 제도를 산업 성장에 맞게 손질하고 공공기여를 확대하겠다는 취지다.
카지노가 국가의 허가를 전제로 하는 사행산업이라는 점에서 적절한 감독과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것 자체는 당연하다.
문제는 규제를 하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어떤 규칙을 언제, 어떻게 적용하느냐에 있다.
복합리조트는 먼저 막대한 돈을 투자하고 오랜 기간에 걸쳐 자본을 회수하는 산업이다.
인천 영종도의 인스파이어는 1단계 사업에만 약 2조원을 투자했다.
호텔 1,275실을 비롯해 대형 공연장과 컨벤션시설, 식음료·엔터테인먼트 시설 등을 갖췄다.
최근 매출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2024년 10월부터 2025년 9월까지도 46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제 막 뿌리를 내리는 대규모 관광투자의 현실을 보여준다.
더욱 생각해볼 것은 관광진흥개발기금이 기업의 이익이 아니라 카지노 총매출액을 기준으로 부과된다는 점이다.
현행 제도에서도 일정 매출액을 넘으면 최고 구간의 부담률은 10%에 이른다.
기업이 적자를 내더라도 카지노 매출이 발생하면 부담은 생긴다.
따라서 부담률을 높일 때에는 세수 또는 기금 수입만 계산할 것이 아니라 그것이 해외 마케팅과 콘텐츠 개발, 시설 확충 같은 후속 관광투자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까지 살펴야 한다.
관광을 진흥하기 위한 기금이 관광 재투자를 위축시키는 역설은 피해야 한다.
더 큰 문제는 정책의 예측 가능성이다.
투자하기 전에 엄격한 조건을 제시하는 것과 수조원을 투자한 뒤 사업의 핵심 조건을 바꾸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국가는 공익을 위해 규제를 변경할 권한이 있다.
그러나 투자자 역시 자신이 어떤 규칙 아래에서 사업하게 될 것인지를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복합리조트처럼 투자 회수에 긴 시간이 필요한 산업에서 정책의 일관성은 하나의 경제적 자산이다.
정부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 기업은 규제를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규칙이 언제 다시 바뀔지 모른다는 불확실성을 두려워하게 된다.
한국 관광은 이제 국내에서만 경쟁하지 않는다.
일본 오사카를 비롯한 아시아 각국이 복합리조트와 대규모 관광 인프라를 둘러싸고 경쟁하고 있다. 한국의 외국인 전용 카지노는 내국인 시장이라는 안정적인 기반 없이 세계의 관광객을 놓고 경쟁해야 한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카지노 테이블 몇 개를 더 놓는 일이 아니라 공연과 미식, 쇼핑과 MICE를 끊임없이 혁신하며 ‘한국에 와야 할 이유’를 만들어내는 일이다.
그 재투자 능력까지 정책이 고려해야 한다.
그렇다고 카지노의 사회적 책임을 가볍게 보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기금 부담을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면허의 적격성을 주기적으로 심사하는 제도도 필요하다.
다만 기존 투자에는 충분한 유예기간과 경과조치를 두고, 비카지노 관광시설에 대한 투자와 고용, 외래객 유치와 지역경제 기여를 함께 평가하는 정교한 제도가 필요하다.
규제에도 좋은 규제와 나쁜 규제가 있다.
좋은 규제는 엄격하면서도 예측할 수 있고, 나쁜 규제는 느슨해서가 아니라 불확실해서 기업을 떠나게 한다.
관광산업에서 자본보다 먼저 움직이는 것은 신뢰다.
오늘의 제도에 대한 신뢰가 있어야 내일의 투자가 이루어진다.
정부가 지켜야 할 것은 특정 카지노 기업의 이익이 아니다.
한국이라는 관광시장에 장기간 투자해도 된다는 믿음이다.
카지노를 얼마나 규제할 것인가보다 중요한 질문이 바로 여기에 있다.
관광 경쟁력을 높이려면 투자도 필요하지만, 그 투자를 가능하게 하는 예측 가능한 국가가 먼저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