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률적 배제보다 심사 기회 열어야”…
관광기업 승계는 고용·지역경제·인바운드 관광 인프라와 직결
정부가 가업상속공제 제도를 전문기술과 경영상 노하우의 실질적인 승계가 이뤄지는 기업 중심으로 개편하는 가운데 관광업계가 관광산업의 특성을 반영한 제도 보완을 요구하고 나섰다.

한국관광협회중앙회(회장 이경수)와 서울특별시관광협회(회장 조태숙)는 최근 정부가 추진 중인 가업상속공제 제도 개편과 관련해 관광기업이 업종 분류만을 이유로 일률적으로 공제 대상에서 제외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잇따라 밝혔다.

핵심은 관광산업을 단순한 시설·부동산 보유 산업으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관광기업의 경쟁력은 오랜 기간 축적된 고객관리 역량과 서비스 노하우, 전문인력, 국내외 판매망, 거래처 및 지역 관광업계와의 네트워크 등 다양한 유·무형의 경영자산에서 나온다는 것이 관광업계의 주장이다.
■ “관광산업도 전문성과 노하우를 승계하는 산업”
한국관광협회중앙회는 정부의 개편 취지 자체에는 공감하면서도 관광업종이 한국표준산업분류 세세분류 기준으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가업상속공제 대상에서 일률적으로 제외되는 것은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관광산업은 여행업을 비롯해 관광숙박업, 관광객이용시설업, 국제회의업, 테마파크업 등 다양한 업종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복합 서비스산업이다.
특히 호텔업은 숙박만 제공하는 사업이 아니다. 식음료와 연회, 여가·부대시설, 고객관리, 서비스 교육, 브랜드 관리 등이 복합적으로 결합돼 있으며, 장기간 축적된 운영 노하우와 숙련인력, 국내외 판매망 등이 기업 경쟁력을 좌우한다.
여행업 역시 마찬가지다. 단순히 여행상품을 판매하는 것을 넘어 해외 현지 네트워크와 항공·호텔 공급망, 고객관리, 상품기획력, 지역별 시장에 대한 전문성 등이 축적돼야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
중앙회는 따라서 관광업종 전체에 무조건적인 특혜를 달라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정부가 마련한 강화된 경영기간과 사후관리기간 등 엄격한 요건을 충족하고, 실제로 전문적인 경영 노하우의 승계 필요성이 인정되는 관광기업에 대해서는 다른 업종과 마찬가지로 가업상속공제 심사를 받을 수 있는 기회 자체를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 서울시관광협회 “관광진흥법상 39개 업종 포함해야”
서울특별시관광협회는 한발 더 나아가 관광진흥법상 관광업종을 폭넓게 가업상속공제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고 정부에 건의했다.
서울시관광협회에 따르면 현재 추진되는 개정안에는 관광 분야 가운데 여행사업과 전시·컨벤션 및 행사 대행업 등 일부 업종만 대상에 포함돼 있으며, 관광호텔업을 비롯한 다수 관광업종은 제외돼 있다.
협회는 이 같은 업종별 일률적인 배제가 관광산업의 구조와 국가경제에 대한 기여도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관광산업은 하나의 업종으로 움직이는 산업이 아니다. 여행사가 관광객을 유치하면 호텔과 관광시설, 음식점, 교통, 쇼핑, 공연·문화시설 등이 함께 움직이는 산업 생태계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인바운드 관광에서는 이 같은 연결성이 더욱 중요하다. 특정 관광기업의 승계가 불안정해질 경우 개별 기업의 경영 문제에 그치지 않고 지역 관광서비스와 관광객 수용 역량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 “관광기업 매각·폐업은 관광 인프라 약화로 이어질 수 있어”
관광숙박업은 대표적인 사례다.
호텔은 초기 시설 투자 규모가 크고 지속적인 유지·보수와 서비스 품질 관리가 요구되는 자본집약적 산업이다. 여기에 숙련된 직원과 서비스 시스템, 브랜드 가치, 고객 데이터와 판매망 등이 장기간에 걸쳐 축적된다.
가업승계 과정에서 과도한 세 부담이 발생할 경우 사업체나 시설을 매각하거나 사업 규모를 축소할 가능성이 커지고, 경우에 따라서는 폐업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 관광업계의 우려다.
이는 단순히 한 기업의 존속 여부만의 문제가 아니다.
관광호텔 하나가 사라지면 객실 공급이 감소하고, 해당 지역의 관광객 수용 능력과 고용에도 영향을 미친다.
국제회의나 기업행사 등 대규모 관광수요를 유치하는 데에도 제약이 발생할 수 있다.
서울시관광협회가 관광기업 승계 문제를 ‘인바운드 관광 인프라를 지키는 문제’라고 강조하는 이유다.
■ 관광기업 대부분 중소사업자…“승계 안정성이 곧 산업 경쟁력”
관광업계의 또 다른 현실은 산업을 구성하는 상당수 기업이 중소 규모 사업자라는 점이다.
대기업 중심의 산업과 달리 관광업계는 지역을 기반으로 오랜 기간 사업을 이어온 중소 관광기업들이 전국 곳곳에서 관광객을 맞이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지역의 관광자원과 시장을 잘 알고 있고, 오랜 기간 거래해온 해외 바이어와 현지 파트너, 숙박·교통·관광시설 등 다양한 사업자와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따라서 경영자가 바뀐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동일한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
가업승계는 단순히 기업의 재산을 다음 세대에 물려주는 문제가 아니라, 오랜 시간 축적된 관광서비스의 품질과 경영 노하우, 고용, 거래 네트워크를 함께 이어가는 과정이라는 것이 관광업계의 설명이다.
■ “특혜가 아니라 공정한 심사 기회 달라”
관광업계가 정부에 요구하는 것은 무조건적인 세제 혜택이 아니다.
핵심은 업종이라는 이유만으로 심사 기회조차 제한하지 말고, 실제 기업의 경영 실체와 승계 필요성을 기준으로 판단해 달라는 것이다.
한국관광협회중앙회는 정부 정책의 기본 방향을 존중하면서도 강화된 요건을 충족하고 전문적인 경영 노하우의 승계 필요성이 인정되는 관광기업에 대해서는 다른 업종과 동일하게 심사를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시관광협회 역시 관광진흥법상 39개 관광업종을 폭넓게 가업상속공제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조태숙 서울시관광협회장은 “관광기업의 안정적인 승계는 단순히 개별 기업의 존속을 넘어 관광 일자리와 지역경제, 인바운드 관광 인프라를 지키는 중요한 기반”이라며 관광산업의 특성과 국가경제에 대한 기여도를 충분히 고려한 제도 마련을 기대했다.
■ 가업승계는 ‘기업의 문제’ 넘어 ‘관광산업의 미래’
관광산업은 사람과 사람, 기업과 기업, 지역과 지역이 연결돼 움직이는 산업이다.
한 기업이 수십 년간 축적한 고객관리 능력과 서비스 노하우, 해외 네트워크와 전문인력이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다.
때문에 가업상속공제 제도를 단순히 세제 혜택의 관점에서만 바라보기보다 기업의 지속가능성, 고용 유지, 지역경제, 관광 인프라라는 산업적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의 제도 개편 취지가 ‘특혜성 공제’를 줄이고 실질적인 가업승계를 지원하는 데 있다면, 관광업계 역시 이러한 원칙에서 예외일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관광기업의 실제 경영 내용과 전문성, 고용 규모, 지역경제 기여도, 승계 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엄격하게 심사하는 방식이 정책 취지에도 부합할 수 있다.
관광업계가 원하는 것은 특별대우가 아니다.
“관광기업도 제대로 심사받을 수 있게 해 달라.”
가업상속공제 개편을 둘러싼 관광업계의 요구는 결국 이 한 문장으로 압축된다.
관광기업의 승계가 안정적으로 이뤄져야 관광 일자리가 유지되고, 지역 관광생태계가 지속되며, 외래객을 맞이할 관광 인프라도 지켜질 수 있다.
정부가 향후 세법 개정 과정에서 관광산업의 이러한 특수성을 얼마나 세밀하게 반영할지 관광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