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창희 세방여행 회장이 한국인 최초로 아시아태평양관광협회(PATA) 신임 회장에 당선됐다. 오 회장은 취임 일성으로 방한 외래관광객 3천만 명 시대를 열기 위해 대한민국 공항의 열악한 출입국(CIQ) 시스템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도 높게 주문했다.

오창희 회장은 지난 5월 11일 경주에서 개최된 '2026 PATA 연차총회'에서 경쟁 후보였던 마유르 파텔을 60% 대 40%의 압도적인 득표율로 누르고 신임 회장에 선출됐다. 임기는 2026년부터 2028년까지다. 오 회장은 지난 22일 관광전문기자단과 간담회를 열고 당선 소감과 함께 한국 관광 발전을 위한 현안을 짚었다.
■ "공항 입국장 동맥경화…CIQ 인력 확충 시급"
이날 간담회에서 오 회장이 가장 강조한 것은 공항 입국 절차의 혁신이다.
그는 "이번 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전 세계 PATA 회원들이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출입국 지연을 겪으며 거센 하소연을 쏟아냈다"며 "한국을 처음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에게 2시간의 지옥을 선사하는 관문을 방치한 채 3천만 명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 4월까지 방한 외래관광객은 677만 명을 돌파하며 가파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나, 국제공항마다 출입국 관리 인력 부족으로 심각한 병목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 설 연휴 기간 외국인 입국 심사 대기 시간은 최대 1시간 54분에 달해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권고 기준인 45분을 두 배 이상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 회장은 "방한객 규모는 급증하는데 법무부 산하 인천공항 출입국관리사무소 인력은 2020년 891명에서 2026년 854명으로 오히려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동 출입국 심사대 역시 17세 미만 동반 가족은 이용할 수 없고, 무인 단말기 등록을 위한 중복 대기가 발생해 실질적인 시간 단축에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주요 관광 경쟁국과의 격차도 꼬집었다. 미국은 탄력적인 큐 매니지먼트를 운용 중이며, 일본은 마이스(MICE) 참가자와 비즈니스 승객을 위한 전용 패스트트랙을 전면 가동하고 있다. 대만과 베트남 역시 자동화 시스템과 전용 라인으로 관문 경쟁력을 높였다.
반면 한국은 지방 공항 간 바이오 인식 정보가 호환되지 않고, 노약자 패스트트랙 기준도 인천공항(70세)과 김포공항(80세)이 제각각인 상황이다. 오 회장은 "대통령 주재 국가관광전략회의에 PATA 수장 자격으로 참석해 공항 출입국 시스템의 대대적인 규제 혁신과 현장 인력 확충을 강력하게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 진정성 있는 편지 통했다…경주 총회 단독 유치 비화
이번 선거 과정에서 오 회장은 네팔의 수만 판데이 부회장과 전격적인 단일화를 이뤄냈으며, 박성혁 한국관광공사 사장의 전폭적인 지지 서한을 받았다. 특히 투표단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오 회장의 진정성 있는 편지였다.

그는 서한을 통해 "1962년부터 PATA 회원사로 활동해 온 글로벌투어의 2대째 오너로서, 40년 동안 수많은 PATA 행사에 참석하며 성장해 왔다"며 "다양한 문화와 지역을 아우르는 강력한 공동체로서 회원들을 하나로 묶고 업계의 목소리를 강화하겠다"고 호소했다.
75주년 PATA 총회가 경주에서 개최된 배경에는 오 회장의 과감한 추진력이 있었다. 그는 PATA 본부의 관행적인 비딩 시스템을 단호히 거부하고, 1979년 경주 보문관광단지 개발 완성 시점에 개최됐던 PATA 워크숍의 역사적 상징성을 명분으로 내세워 단독 개최를 이끌어냈다. 이를 통해 국비와 도비, 시비를 합쳐 총 15억 원 규모의 예산을 확보하는 성과를 거뒀다.
■ 한국 관광 개척자 故 오세중 회장의 유산
오창희 회장의 당선은 한국 관광산업의 기반을 닦은 선친 故 오세중 세방여행 회장의 유산을 세계 무대에서 인정받은 결과이기도 하다.
오세중 회장은 1960년 11월 한국 최초의 민간 여행사인 세방여행을 창업하며 인바운드 관광의 중요성을 역설한 선구자다.

당시 오세중 회장은 패키지여행 상품 개발, 여행상품권 도입, 시티투어 운영 등 혁신적인 시스템을 국내 최초로 선보였다. 관광을 단순한 이동이 아닌 하나의 산업으로 발전시킨 공로를 인정받아 은탑산업훈장 등을 수상했으며, 1986년에는 PATA 평생회원이라는 최고의 영예를 안았다.

외국인들이 동양인 이름을 기억하기 쉽게 '헨리 오'라는 영문 이름으로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했던 선친의 뜻을 이어, 오창희 회장 역시 '헨리 오 주니어'라는 타이틀로 국제 무대에서 활약해 왔다.

2001년 오세중 회장 별세 이후, 세방여행의 정신은 장남인 오창희 회장과 차남인 오상희 부회장에게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다.

대를 이어 축적한 64년의 글로벌 네트워크와 PATA 수장이라는 리더십을 발판 삼아 한국 관광의 영토를 넓혀갈 오 회장의 향후 행보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