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천기 여행칼럼

코로나 이후 여행업계는 오랜만에 숨을 돌리는 듯했다. 막혀 있던 하늘길이 열리고, 억눌렸던 수요가 폭발하며 업계는 다시 살아나는 듯 보였다.
그러나 지금, 또 다른 형태의 위기가 시작되고 있다. 이번에는 바이러스가 아니라 유가와 전쟁, 그리고 비용의 문제다.
이번 위기는 조용히 시작된다
코로나는 갑작스러웠다. 국경이 닫히며 여행은 멈췄다. 하지만 지금의 위기는 다르다. 천천히, 그러나 더 깊게 스며든다.

항공 유류할증료 인상, 관광버스 비용 상승, 호텔 운영비 증가, 식자재 가격 상승. 이 모든 것이 동시에 움직이고 있다.
문제는 이것이 단순한 가격 상승이 아니라는 데 있다. 여행 구조 자체를 흔드는 변화다.
여행업의 특성은 수요보다 마진이 먼저 무너진다.
여행업은 일반 산업과 다르게 움직인다. 수요가 줄어들기 전에 마진이 먼저 무너진다.
이미 판매된 상품은 가격을 올릴 수 없고, 현지 비용은 계속 상승한다. 그 결과, 지금 여행업계는 손님이 줄어들기 전에 이미 '팔수록 남지 않는 구조'에 먼저 들어서고 있다.
해외여행은 '비싸지는 시장'으로 향한다.
유가 상승이 장기화될 경우, 해외여행 시장은 이렇게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장거리 여행은 가격이 오르고, 패키지여행은 비용 압박을 받으며, 소비자는 일정을 줄이거나 미루게 된다.
여행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다만 '선택되는 방식'이 달라진다.
그렇다면 답은 어디에 있는가?
지금 정부와 한국관광공사는 국내 여행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지원책을 실행하고 있다. 방향은 맞다. 그러나 솔직히 말하면, 아직은 충분하지 않다.
지원이 소비 촉진 이벤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국내 관광의 체질 자체를 바꾸는 데까지 이어져야 한다. 지금 이 시기는 단순히 '해외를 못 가니 국내로'가 아니라, 국내 여행이 가진 새로운 가능성을 처음으로 제대로 발견할 수 있는 계기다.
그 계기를 살리려면 두 가지 지원이 동시에, 그리고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여행을 떠나는 소비자에 대한 지원, 그리고 그 여행을 설계하고 실행하는 여행사에 대한 지원이다. 어느 한쪽만으로는 구조가 바뀌지 않는다.
지원은 있다, 그러나 누구를 위한 지원인가?
한국관광공사는 올해 '2026 봄 여행 가는 달' 행사를 통해 1인당 최대 5만 원의 여행 지원금을 운영하고 있다. 방향은 분명히 옳다.
그런데 현장에서 보면 아쉬운 부분이 있다. 이 지원금은 지마켓과 롯데온, 두 플랫폼을 통해서만 구매할 수 있다. 스마트폰 앱과 온라인 결제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문제없다. 하지만 디지털 접근이 익숙하지 않은 시니어 여행객에게는 지원금이 있어도 사실상 쓸 수 없는 구조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1인당 구매 한도를 3매로 제한하고 있어, 시니어 단체 여행은 처음부터 막히는 벽이 생긴다.
생각해 보면 시니어 여행객의 주된 이동 시기는 주중이다. 주말을 선호하는 젊은 세대와 달리, 시니어 단체는 월요일부터 금요일 사이에 움직인다. 오히려 관광 비수기를 채우고, 지역 숙박·식당·체험업소에 실질적인 매출을 만들어 줄 수 있는 계층이다.
만약 시니어 단체를 위한 별도 구매 창구를 열고, 여행사를 통한 단체 신청 방식을 병행한다면 어떨까. 주중 지역 관광이 살아나고, 사라져 가는 지역 골목과 소상공인에게도 온기가 돌아올 수 있다. 지원의 방향이 조금만 바뀌어도, 효과는 훨씬 넓어진다.
국내 관광을 다시 설계할 시간
국내 관광은 그동안 '대체재'로 인식되어 온 측면이 있다. 해외가 어려울 때 선택하는 옵션, 그 정도의 위치였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이동 비용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고, 환율 영향이 없으며, 일정 조정이 유연하다. 지금의 환경에서는 국내 관광이 오히려 '더 현실적인 선택'이 되는 구조다.
정책은 기회가 아니라 '방향'이다
한국관광공사의 지원 사업을 단순한 할인이나 이벤트로 봐서는 안 된다. 이것은 분명한 메시지다. '지금은 국내 관광을 키워야 할 시기다.'
따라서 여행업계는 이 지원을 단순 활용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사업 구조 자체를 맞추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
여행업계가 해야 할 선택
지금 필요한 것은 상품을 늘리는 것이 아니다. 기준을 바꾸는 것이다.
첫째, 국내 상품을 '대체재'가 아닌 '주력'으로 전환해야 한다. 해외가 어려울 때만 판매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처음부터 선택받는 상품으로 설계해야 한다.
둘째, 가격이 아니라 '리듬'으로 승부해야 한다. 이동이 짧다고 해서 가치가 낮은 것이 아니다. 여유 있는 일정, 기억에 남는 식사, 부담 없는 동선. 국내 여행은 오히려 '리듬 중심 여행'을 구현하기 가장 좋은 시장이다.
셋째, 정책과 상품을 연결해야 한다. 지원금을 단순 할인에 쓸 것이 아니라, 체험 강화·식사 품질 개선·이동 편의성 확보 등 고객이 체감할 수 있는 가치로 전환해야 한다.
이번 위기는 두 번째 기회다
코로나는 여행업을 멈추게 했지만, 동시에 많은 것을 깨닫게 했다. 이번 유가 상승은 또 다른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어떤 여행을 만들어야 하는가?"

결론은 해외여행이 어려워지는 시기는 국내 관광이 성장하는 시기다. 하지만 그 성장은 저절로 오지 않는다. 준비된 곳에만 온다.
이번 위기는 분명 부담이다. 그러나 동시에 여행업의 방향을 다시 잡을 수 있는 기회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국내 관광의 재설계가 있어야 한다.
글.사진. 박천기 현대여행사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