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정세 불안으로 촉발된 국제선 유류할증료 폭등이 국내 숙박 시장의 지형도를 뒤흔들고 있다. 호스피탈리티 테크 기업 온다(ONDA)는 28일 발표한 산업 동향을 통해 해외여행 수요가 국내로 회귀하는 이른바 '풍선효과'가 발생하고 있다고 진단하며, 부산 등 주요 지자체의 인바운드 관광 성장세에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유류할증료 폭등과 인바운드 특수로 변화를 맞이한 국내 숙박업계 동향 이미지
유류할증료 폭등과 인바운드 특수로 변화를 맞이한 국내 숙박업계 동향 이미지

4인 가족 미주 항공권 1,000만 원 시대

항공업계에 따르면 2026년 4월 기준 국제선 유류할증료는 전월 6단계에서 18단계로 수직 상승했다. 특히 싱가포르 항공유 평균값이 1갤런당 511.21센트를 기록함에 따라 사상 최고치인 33단계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거리에 따라 편도 7만 5,000원부터 56만 4,000원의 할증료를 부과하고 있다.

대한항공 미주 노선의 경우 편도 유류할증료만 30만 원을 돌파했다. 4인 가족 기준으로 왕복 항공권의 유류할증료만 240만 원에 달하며, 총액은 1,000만 원을 훌쩍 넘어서는 것으로 파악됐다. 5월부터는 국내선 유류할증료 역시 기존 7,700원에서 3만 4,100원으로 4배 이상 뛰어오르며 제주행 항공권 가격 폭등마저 현실화됐다.

이처럼 막대한 항공료 부담을 느낀 여행객들이 해외여행 대신 제주 풀빌라나 강원도 독채 스테이 등 국내 프리미엄 숙소로 발길을 돌리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서울 객실 단가 85% 급등…지방 향하는 '풍선효과'

내국인의 발길이 국내로 향하는 가운데, 방한 외국인 수요까지 겹치며 수도권 숙박 시장은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실제 2025년 방한 외국인은 1,900만 명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고, 2026년 1분기에만 전년 동기 대비 23% 증가한 476만 명이 입국했다.

수요 집중으로 2024년 기준 서울 호텔의 평균 객실단가(ADR)는 19만 8,000원으로 2019년 대비 58% 상승했다. 특히 3성급 호텔은 16만 2,000원으로 무려 85%나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숙박비 급등에 따른 내국인 수요의 지방 이동을 보여주는 관련 통계 자료
서울 숙박비 급등에 따른 내국인 수요의 지방 이동을 보여주는 관련 통계 자료
"수요가 폭증하는 반면 서울의 객실 공급은 2029년까지 부족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며 "서울에서 밀려난 내국인 수요가 경기도와 강원도 등 지방으로 흘러가는 전형적인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온다 데이터분석팀 관계자는 설명했다.

온다 측은 단기적인 수요 증가에 기대어 무리하게 시설을 증축하거나 인력을 늘리는 것은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코로나19 엔데믹 직후 공급 폭증으로 인한 공실률 급증과 가격 붕괴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OTA도 주목한 부산, 인바운드 성장세 '뚜렷'

내국인 수요 이동과 함께 외국인 관광객의 지역 유입도 가속화되고 있다. 글로벌 온라인 여행 플랫폼 아고다는 최근 부산을 '인바운드 관광 우수 파트너'로 선정했다. 부산관광공사는 올해 외래관광객 400만 명 유치를 목표로 크루즈 409항차 입항과 '비짓 부산 패스' 운영 등을 적극 추진 중이다.

실제 2025년 1~2월 부산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55만 6,183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39.7% 증가했다. 2월 한 달간 외국인 소비액은 약 957억 원으로 18.1%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아고다 데이터에 따르면 부산 지역 숙소 검색량은 전년 대비 84% 급증했다. 전 세계 16만 개 숙소 중 3,000여 곳만 선정하는 '골드 서클 어워드'에 한국 숙소 215개가 이름을 올렸고, 이 중 14개가 부산에 위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아고다 관계자는 "부산 숙박업계의 서비스 품질과 디지털 대응력이 국제 기준에 부합한다는 객관적 평가를 받은 셈"이라며 "개별 여행자(FIT) 비중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중소 숙박업소에도 새로운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고다는 현재 부산 방문 외국인 약 5만 명을 대상으로 최대 15%(최대 3만 6,000원)의 숙박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하며 지역 마케팅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급변하는 시장 환경, 관광 정책 대대적 개편 예고

이처럼 항공료 폭등과 숙박 시장의 지각 변동이 맞물리면서 정부의 관광 정책도 대대적인 수술대에 올랐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23일 정책토론회를 열고, 40여 년간 유지된 관광진흥법 체계를 전면 개편해 관광호텔업을 분리하는 숙박업법 신설 방안을 추진 중이다.

아울러 21일 국무회의를 통해 국가관광전략회의를 국무총리 소속에서 대통령 직속으로 격상하는 관광기본법 개정안을 의결해 정책 실행력을 대폭 강화할 방침이다.

온다 관계자는 "외부 충격으로 인한 단기적 수요 변화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고정비 관리와 다국어 서비스 개선 등 지속 가능한 브랜드 구축에 집중해야 할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유류할증료 변동성과 방한 외국인 증가 추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에 따라 숙박업계가 단순한 가격 경쟁을 넘어 차별화된 고객 경험과 디지털 전환을 통해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