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웅 교수 컬럼

정병웅 교수의 반값여행과 지역 관광 정책 제언
정병웅 순천향대 관광경영학과 명예교수 사)한국관광사회연구원 원장

지방자치단체마다 ‘반값여행’과 각종 기획여행 프로그램이 확산되고 있다.

가격을 낮추고 일정을 설계해 관광객을 유인하는 방식이다. 이는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라 관광 정책의 방향 전환을 보여주는 신호다.

과거 ‘입장료 중심’에서 벗어나 체류를 늘리고 지역 소비로 연결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분명한 의미를 지닌다.

관광의 기준이 ‘얼마를 받느냐’에서 ‘얼마나 머물게 하느냐’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흐름은 시대적 요구에 부합한다.

이러한 정책의 가장 큰 성과는 관광의 문턱을 낮췄다는 데 있다.

가격 부담이 줄어들면서 개별 여행객과 가족 단위 방문이 늘고, 그 결과 지역에 대한 접근성이 개선된다. 단기적으로는 방문객 증가와 지역 상권의 매출 상승이라는 효과도 나타난다. 무엇보다 관광을 ‘소비’가 아닌 ‘체류 경험’으로 확장하려는 시도는 지역 이미지를 바꾸는 데 일정한 역할을 한다.

반값여행은 관광을 유인하는 하나의 효과적인 ‘입구 전략’으로 기능한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분명한 한계도 존재한다. 가격 중심의 접근은 자칫 ‘값싼 관광’이라는 인식을 강화할 수 있으며, 체류로 이어지지 않는 방문은 지역경제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 프로그램 중심의 기획여행 역시 참여 인원과 범위가 제한적이어서 지역 전체로 파급되기 어렵다. 관광이 구조가 아닌 이벤트로 머무를 경우, 정책은 반복되지만 효과는 축적되지 않는다. 방문은 늘어도 지역에 남는 것은 많지 않은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

또한 지역 상권과의 연결 부족은 여전히 핵심적인 과제로 남아 있다.

관광지는 북적이지만 주변 상점과 숙박업소는 체감 효과가 낮은 경우가 적지 않다. 이는 관광객의 이동 동선과 소비 구조가 분리되어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축제와 행사에서 반복되는 바가지 요금 문제는 정책의 신뢰를 훼손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가격을 낮춰 유인한 관광객이 현장에서 실망을 경험한다면, 그 지역은 재방문 대상에서 제외될 수밖에 없다.

결국 반값여행과 기획여행의 성패는 ‘가격’이 아니라 ‘설계’의 역량에 달려 있다.

체류를 유도하는 콘텐츠, 소비로 연결되는 동선, 신뢰를 유지하는 시장 질서가 함께 작동할 때 비로소 정책은 힘을 갖는다.

관광은 더 이상 단발성 유입으로 성과를 평가할 수 있는 산업이 아니다.

머무름과 소비, 그리고 재방문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어낼 때 지역은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한다.

반값은 시작일 뿐이다. 그 이후를 어떻게 채우느냐가, 결국 그 지역의 수준을 드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