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관광재단이 5월을 맞아 일상의 번잡함을 잊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도심 속 한옥 명소 4곳을 선정해 4일 발표했다. 이번에 소개된 명소들은 영화와 드라마 등 K-콘텐츠의 주요 배경으로 등장해 국내외 관광객의 눈길을 끈 곳으로, 서울의 역사적 정취와 자연 친화적인 차경(借景)의 미학을 오롯이 간직하고 있다.

"신록의 계절을 맞아 K-컬처가 선택한 아름다운 한옥에서 시민들이 일상의 번잡함을 잊고 쉼과 여유를 즐기길 바란다"고 길기연 서울관광재단 대표이사는 밝혔다.

최근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재단은 단순한 관람을 넘어 대중문화 속 친숙한 공간을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이번 명소들을 엄선했다.

북한산 자락에 깃든 고요한 품격, 선운각과 봉황각

인기 드라마 '미스터 션사인'의 배경이 된 선운각 돌담길 전경
인기 드라마 '미스터 션사인'의 배경이 된 선운각 돌담길 전경

강북구 우이동 계곡에 위치한 선운각은 1960년대 지어진 서울 최대 규모의 민간 한옥이다. 현재 한옥 카페 겸 야외 결혼식장으로 운영 중인 이곳은 입구부터 이어지는 긴 돌담과 박석이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특히 이 돌담길은 인기 드라마 '미스터 션사인'에서 주인공 유진 초이가 근무하던 미국 공사관의 배경으로 등장해 많은 관람객의 발길을 이끌고 있다.

카페 본관 2층 테라스에서는 북한산의 유려한 능선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한옥 내부에는 화려한 자개 테이블과 은은한 조명이 배치되어 한국적 미감을 한층 더한다.

3.1운동의 발상지이자 천도교 성지인 봉황각 내부 전경
3.1운동의 발상지이자 천도교 성지인 봉황각 내부 전경

인근에는 1912년 의암 손병희 선생이 세운 3.1운동의 발상지이자 천도교 성지인 봉황각이 자리해 있다. 단청을 입히지 않은 소박한 목조 건물 내부에는 선생의 유품이 전시돼 있으며, 후문에서 50m 거리에 묘역이 조성돼 있어 역사적 의미를 깊이 되새기게 한다.

근대 한옥의 파격적 미학, 백인제 가옥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촬영지로 유명한 종로구 북촌 백인제 가옥 전경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촬영지로 유명한 종로구 북촌 백인제 가옥 전경

종로구 북촌 한옥마을에 위치한 백인제 가옥은 1913년 한성은행 전무 한상룡이 압록강 흑송을 사용해 건립한 대표적인 근대 가옥이다. 이후 언론인 최선익을 거쳐 1944년 당대 외과 의술의 일인자이자 백병원 설립자인 백인제 선생의 소유가 됐다. 사랑채와 안채를 복도로 연결해 신발을 벗지 않고 이동할 수 있도록 설계했으며, 유리창과 붉은 벽돌 담장 등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최신 건축 기법을 도입한 것이 특징이다.

경복궁과 광화문 일대를 조망할 수 있는 북촌동양문화박물관 테라스 전경
경복궁과 광화문 일대를 조망할 수 있는 북촌동양문화박물관 테라스 전경

이곳은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의 진양철 회장 저택과 영화 '암살'의 강인국 저택 촬영지로 널리 알려지며 관광객들의 필수 코스로 자리 잡았다. 서울시 공공서비스예약 홈페이지를 통해 사전 예약하면 전문 해설사와 함께 내부를 상세히 관람할 수 있다. 아울러 북촌한옥마을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북촌동양문화박물관에서는 고가구 관람과 함께 2층 테라스에서 경복궁과 광화문, 북악산 일대를 조망하며 전통차를 즐길 수 있다.

왕실의 기품과 K-콘텐츠의 산실, 운현궁

흥선대원군의 사저이자 고종 황제가 유년 시절을 보낸 운현궁 전경
흥선대원군의 사저이자 고종 황제가 유년 시절을 보낸 운현궁 전경

종로 도심 한복판에 자리한 운현궁은 흥선대원군의 사저이자 고종 황제가 유년 시절을 보낸 역사적 공간이다. 노안당과 노락당으로 이어지는 건축미는 궁궐에 버금가는 웅장함을 자랑하며, 매년 고종과 명성황후의 가례 재현식이 열려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르네상스 양식으로 지어진 덕성여대 종로캠퍼스 내 운현궁 양관 전경
르네상스 양식으로 지어진 덕성여대 종로캠퍼스 내 운현궁 양관 전경

마당 너머 덕성여대 종로캠퍼스 내에 위치한 르네상스 양식의 운현궁 양관은 1912년 일본인 건축가 가타야마 도쿠마가 설계한 건물로, 외벽에 조선 왕실을 상징하는 이화(李花) 문양이 새겨져 있다. 운현궁 일대는 2026년 방영 예정인 아이유, 변우석 주연의 '21세기 대군부인'을 비롯해 과거 MBC '궁', KBS '각시탈', tvN '도깨비' 등 수많은 K-콘텐츠의 무대가 되어왔다.

서울관광재단 도보관광 담당자는 "운현궁에서 시작해 석정보름우물터, 중앙 중고교, 가회동 성당을 지나 정독도서관과 백인제 가옥으로 이어지는 북촌한옥마을 코스를 운영 중이며, 서울도보관광 홈페이지에서 예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인들의 숨결이 머무는 곳, 수연산방과 최순우 옛집

상허 이태준이 직접 지은 개량 한옥인 성북구 수연산방 전경
상허 이태준이 직접 지은 개량 한옥인 성북구 수연산방 전경

성북구에 위치한 수연산방은 1933년 단편 소설의 선구자 상허 이태준이 직접 지은 개량 한옥으로, 정지용과 이상 등 당대 문인들의 사랑방 역할을 했던 곳이다. 사랑채와 안채를 한 건물에 집약했으며, 섬세하게 건축된 누마루에서 바라보는 정원의 풍경이 일품이다. 현재는 전통 찻집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영화 '하녀', 드라마 '부부의 세계', 예능 '놀면 뭐하니?' 등의 촬영지로 전파를 탔다.

단정한 선과 나무의 질감을 살린 건축미가 돋보이는 최순우 옛집 전경
단정한 선과 나무의 질감을 살린 건축미가 돋보이는 최순우 옛집 전경

성북동 골목을 따라가면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의 저자 최순우 선생이 1976년부터 1984년까지 거주했던 옛집도 만날 수 있다. 1930년대 지어진 이 가옥은 'ㅁ'자형 구조를 띠고 있으며, 단정한 선과 나무의 질감을 살린 건축미가 돋보인다.

길기연 대표이사는 "수백 년의 시간을 품은 한옥은 그 자체로 훌륭한 관광 자원인 만큼, 앞으로도 서울 곳곳에 숨겨진 매력적인 역사 문화 공간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국내외 관광객에게 널리 알릴 계획이다"고 덧붙였다.

각 명소에 대한 자세한 관람 정보와 도보관광 코스 예약은 서울관광재단 및 서울도보관광 공식 웹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